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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소프트웨어 개발 이야기

SW컨설턴트의 개발이야기, 열세번째.공짜 점심이 개발자를 행복하게 할까?

 

 

 

 

최근에 국내 유수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구조조정 회오리를 보면 착찹한 생각이 든다. 척박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참신한 개발문화를 도입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회사들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필자는 이런 현상의 결과와 겉모습만 말고 다른 시각에서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3D 취급을 받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잘나가는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높은 연봉을 받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종종 그런 회사들의 끝내주는 개발 환경이 부러움을 사곤 한다.


공짜 점심, 자유 출퇴근 제도, 공짜 커피, 편안한 사무실, 환상적인 휴게실/오락실/수영장, 선택 가능한 재택근무 등이 그것이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기는 하다.


우리도 개발자들에게 이런 공짜 점심 등의 혜택과 환경을 제공하면 개발자가 행복해질까? 회사는 더욱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뛰어난 개발자들이 모여들까? 





단순히 겉모습만 따라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는 해결책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들이 제공하는 끝내주는 개발환경은 공짜가 아니다. 개발자가 예뻐서 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환경, 개발 문화, 개발 프로세스에 맞게 가장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주변에 식당이 널려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실리콘밸리에서는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샌드위치를 사다 먹어야 한다. 매번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에 더 이익이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공유의 문화를 기반으로 수많은 리뷰가 있고 얼굴을 보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재택근무와 자유 출퇴근을 통해서 뛰어난 개발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끝내주는 환경은 개발문화와 프로세스가 맞물려 나온 결과물이지 목적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 결과나 겉모습만 따라 하면 회사가 잘 되기는커녕 자칫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좀 다르다. 개발자가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행복한 개발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개발자의 기술적인 의견이 존중되고, 적절한 개발 일정이 믿어지고 보장되며, 필요한 적절한 리소스가 제공되며, 빈번한 요구사항 변경으로 수많은 야근과 아키텍처가 산으로 가는 일이 없고, 개발자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개발자 경력이 보장되는 환경이다. 물론 개발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좋은 복지 조건은 뛰어난 개발자를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합리적인 환경에서 일한다면 효율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을뿐더러 회사가 어려워 지면 좋은 복지가 오히려 회사의 발목을 잡는다.


나는 공짜 점심을 주는 것보다 경영진이 소프트웨어에 대해 좀더 이해를 하고 아무 때나 함부로 요구사항을 바꾸지 않고 합리적인 개발일정이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나는 공짜 커피보다 더 빠른 PC와 개발에 꼭 필요한 기반시스템에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개발자인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실리콘밸리 회사를 따라 가려면 겉모습보다는 그들의 개발 문화를 먼저 따라 하자. 공짜 점심은 약간의 돈만 있으면 쉽게 제공할 수 있지만 개발 문화를 따라 하는 것은 그보다 10배 100배 더 어렵다. 결실을 보는데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 개발 문화를 따라 하는 방법은 책을 보고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하더라도 5년, 10년 이상 걸릴 일이다. 그들이 50~60년 걸쳐서 쌓아온 문화를 단시간에 따라 잡기는 어렵다.


많은 회사들이 중요한 개발 문화 중 하나인 공유 문화를 따라 하려고 했지만 대부분은 겉모습 흉내만 내다가 정착에 실패를 했다. 또한 문화의 핵심은 모른 채 겉으로 드러나는 기법들만 쫓다가 회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렇게 실패한 경우에는 시도하지 아니한 만 못한 경우도 많다. 이도 저도 아니고 어중간해서 더 혼란스럽게 된다.


나름대로 깨어 있다는 개발자들도 의욕은 넘치지만 자수성가로 성장한 탓에 동료들을 이끌어서 효율적인 개발문화를 정착시키기에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기 일쑤다.


제발 겉멋들어서 겉모습과 기법만 따라 하지 말고 진짜로 개발자가 행복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 그것이 처음에는 힘들고 더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될 길일 것이다.


가끔 왜 두루뭉술하게 얘기를 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짧은 글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권도를 글로 알려줄 수 없듯이 개발문화도 실전 경험을 많이 한 선배들의 코칭을 받아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고 경험해 봐야 하는 것이다.

 

 

출처 : 소프트웨어 경영/공학 컨설턴트의 소프트웨어 개발 이야기
by 전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