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3D 취급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끝을 모를 야근과 낮은 대우 등도 포함되겠지만 좀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낮은 생산성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나온다면 생산성의 핵심인 개발자에게 당연히 높은 대우를 해주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많지 않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회사의 수익률이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없다. 결국 이런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낮은 대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하는 소프트웨어, 성공하는 회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럼 성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판단의 요소는 기술적인 것 외에도 많다. 좋은 아이디어, 적절한 타이밍, 경영, 마케팅 등이 더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내가 논할 주제는 아니다. 나는 같은 조건에서도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성공하는 회사의 특징을 가진 회사가 많다면 성공하는 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나오고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이 좀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마다 제품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매우 어렵다. 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도 다른 요소로 인해서 성공과 실패가 갈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알고 있는 비교하기 좋은 사례가 하나 있어 이를 소개한다.


미국의 유명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가 하나 있다. 이 회사는 여러 나라에 지사를 설립했다. 물론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해서 개발자를 채용했다. 한국에서 채용한 개발자들은 본사의 서비스를 지역화(Localization)하거나 한국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했다. 미국 본사에서는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본사의 프로세스를 따르도록 종용했으나 한국 개발자들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한국의 개발자들이 보기에 본사 프로세스는 너무 복잡해 보였다.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본사와 한국 개발자들간 충돌이 있었으나 상황은 곧 바뀌었다고 한다. 본사에서 한국 개발자들의 놀라운 개발 속도에 깜짝 놀라서 더 이상 본사의 프로세스를 강요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척척 빠른 속도로 개발을 하다보니, 모든 상황이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완전히 상황이 또 바뀌었다고 한다. 개발이 너무 느려진 것이다. 그 당시 본사는 호주에도 지사가 있었는데, 한국 지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다.


한국 지사는 호주 지사보다 10배 가까운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개발자들이 야근을 거듭해도 호주지사의 개발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자세히 파헤쳐보면 더 많은 사연들이 있겠지만 맥락만 봐도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의 낮은 생산성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모든 회사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개발문화를 가진 회사가 많다.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제기하는 문제로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한국지사의 개발자들이 본사의 개발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대응한 한국의 개발자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 개발자들은 몸에 베어 있는 개발문화 때문에 본사 프로세스를 따르기도 쉽지 않다. 그런 개발문화와 습관을 익히게 된 우리의 개발 환경이 문제인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을 하다가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회사에 취직을 한 개발자 중에는 개발 문화와 프로세스에 적응하는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문화란 원래 작은 부분이 큰 부분에 흡수되듯이 한 개인은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행동하는 개발문화에 흡수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실리콘밸리의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우리나라에 오게 되면 꼼짝없이 한국식 개발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본인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필자는 한국적인 개발문화부터 실리콘밸리의 개발문화와 관료화된 거대 개발프로세스까지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 덕에 이를 서로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효율적인 개발문화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문화란 한 사회의 구성원들의 주요한 공통된 행동 양식이다. 개발문화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과 행동 양식이다. 프로세스처럼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개발문화는 형편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더 훌륭한 부분도 있고 장점도 많다. 사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2%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런 결정적인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주요 개발문화의 차이를 비교해보자.


개발 프로세스와 개발문화는 서로 보완적이며 개발문화 없이 효율적인 개발프로세스를 만들기 어렵다. 개발문화가 있다고 개발 프로세스가 필요 없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아무리 정교한 개발 프로세스가 있어도 개발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발프로세스는 방해만 될 뿐이다. 그만큼 개발문화는 개발 프로세스보다 중요하다.


그럼 이런 차이를 만드는 개발 문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은 하나씩 나열만 해보고 다음 회부터 각각의 사항에 대해 좀더 자세히 풀어볼까 한다.


첫째, 공유 문화의 부족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공유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앞으로 얘기해보겠다.


둘째, 빨리빨리 문화다.


장기적인 고려 없이 무조건 빨리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몇배 더 느려진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톡톡히 효과를 봤어도 소프트웨어는 워낙 복잡한 지식 산업이라 빨리빨리 문화가 종종 큰 문제를 야기한다.


셋째, 전문가 vs. 만능 개발자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 뭐든지 잘하는 만능 개발자를 선호하며 그러다 보니 뛰어난 개발자도 본연의 업무인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일에 휘둘리다보니 회사는 효율이 떨어지고 개인의 캐리어는 발전하지 못한다.


넷째, 사람 중심 vs. 시스템 중심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사람 중심의 개발은 리스크를 증가시키며 대체도 어렵게 만든다. 대체 못하는 개발자는 회사와 개발자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된다.


다섯째, 규칙 준수 문화 부족이다.


사회 전반의 문제지만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조직의 윗선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심각해진다.


여섯째, 서열 중심 문화이다.


전통적으로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문제가 된다. 어떻게 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알아보겠다.


일곱째, 낙후된 토론 문화이다.


요즘은 토론 위주의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토론문화는 많이 부족하다.


우선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이며 앞으로 이것들을 포함하여 개선해야 할 여러 개발문화 대해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내용이 있으면 계속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시작하면 종종“우리도 해봤는데 안되더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도 공유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안된다. 우리와는 안맞는다, 그렇게 피해의식을 가진 선배개발자들이 많아서 새로운 시도가 처음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잘못 시도했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실패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피해의식이 가득찬 회사는 바뀌기 어렵고 그 끝은 뻔하다. 그렇지 않고 개발문화를 조금씩 바꿔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개발문화는 조직 전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명의 개발자가 몸부림친다고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경영자나 중간관리자가 움직여줘야 한다.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경험과 힘이 있어야 변화를 시켜 나갈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도 많이 공유가 되면 좋겠다.


워낙 광범위한 주제이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얘기를 발전시켜나가면 좋겠다. 구체적인 얘기가 시작될 다음 칼럼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출처 : 소프트웨어 경영/공학 컨설턴트의 소프트웨어 개발 이야기
by 전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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