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부딪히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Technical career path가 없다"는 겁니다.

이 말에 바로 무슨 뜻인지 팍 와 닿지 않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환경에 이미 익숙해지신 겁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일을 열심해도 위로 올라갈 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팀장도 되고, 관리자도 되고 다른 직종으로 점점 옮겨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기술과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뛰어난 기술자들의 보석과 같은 실력을 썩히는 거지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Technical Track과 Management Track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Track은 완전히 다른 것이고 서로 잘 호환 되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회사의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하면서 Technical career path가 제대로 있는 회사를 거의 접하지못했습니다. Technical career path가 제대로 있다고 하면 CTO급, 이사급까지 차례대로 거쳐 올라갈 수 있는 단계가 정의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은 개발자가 고참이 되면 팀장이 되고 여러 개발자를 거느리고 나중에 부서장이 되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개발자는 개발을 잘하는 것이고, 관리자는 관리를 잘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개발자는 개발을 관리자는 관리를 해야지요.

그런데, 수평적인 미국의 조직구조에 비해서 수직적인 우리나라의 조직구조에서는 개발자들조차도 고참이 되어서 관리자가 되어서 개발자들을 거느리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힘도 생기고 여태 일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개발자의 탓이 아니고 "Technical Career Path"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리자가 되지 않고서는 파워를 가질 방법이 없게 됩니다.
이는 Technical Leading하고는 다릅니다. 일반 관리자가 점점 되어가는 거지요.

Technical career path가 보장된 회사에서 엔지니어들은 관리적인 파워가 아닌 기술적인 파워를 갖습니다. 회사의 기술적인 결정에 대한 파워를 가지고 신참엔지니에게서는 기술적인 존경을 받죠. 미국에서는 연봉도 관리자 path보다 더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채용을 할 때는  엔지니어와 매니저가 완전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엔지니어입니다. 엔지니어들은 HR(Human Resource)이슈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언제 그런 이슈를 신경쓰고 개발할 시간이 있겠습니다. 누가 아프고, 휴가가야 하고, 엔지니어 새로 채용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신경쓰고 기술에 집중하기는 어렵겠죠.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인 이슈가 개발에 필요한 비즈니스 이슈만 신경씁니다. 사람 다루고 평가하고 하는 귀찮은 일들은 관리자 트랙에 있는 사람들이 해줍니다.

외국의 컨퍼런스에 가보셨지요? 저는 할아버지 엔지니어도 만나봤습니다. 정말 재미있지요. 그런 분도 최신 기술동향 다 알고 정말 엔지니어입니다. 

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정말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고참개발자들입니다. 이들을 Chief Engineer, Fellow Engineer, Chief Scientist라고 부르며 회사가 구조조정을 해도 관리자들을 잘라도 이러한 핵심 개발자들은 손을 못 댑니다. 다시 회사가 좋아지면 관리자는 다시 뽑으면 되지만, 이러한 개발자를 다시 키우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실력이 한 10년 일하면 완전히 바닥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10년 정도까지는 개발은 잘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죠. 그리고 10년 이상이 되면 시야도 넓어지고, 회사의 전략적인 결정이나 중요한 아키텍처를 결정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고루 갖추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관리자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내 옛날 직장에서는 "백발이 휘날리도록 개발을 할 수 있는 개발자"를 뽑은 적이 있습니다. Technical career path를 평생 보장하겠다는 것이지요. 이 문구에 감동을 받아서 지원한 개발자도 꽤 많았습니다. 그만큼 많은 개발자들이 관리자로 가기 싫어 한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개발자 혼자 몸부림 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경영자가 Technical career path를 보장하는 것이 회사에 왜 이익인지를 깨닫고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 밖에 없습니다. 물론 직원이 4,5명 이하인 회사에서는 다들 멀티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가 의미가 없겠죠. 하지만 조직이 조금만 커지면 분명히 Technical career path를 명확히 해서 최고의 개발자를 키워내야 합니다.


(아래 분들은 Software Engineer들입니다.)

 

 

 

 

출처 : 소프트웨어 경영/공학 컨설턴트의 소프트웨어 개발 이야기
by 전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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